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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화원이 된 날

김홍도 4부 · 6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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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으로 들어가요

제가 작은 광주리를 두 손에 꼭 쥐고 걸었어요. 김홍도가 옆에서 천천히 걸음을 맞춰 주었어요. 궁궐 문이 커서 무서웠지만, 그분 옆이면 괜찮았어요.

김홍도 “얘야, 천천히 와요. 손에 든 것을 조심하세요.”

20

먹을 갈아요

제가 물그릇을 조심스레 내려놓았어요. 김홍도가 먹을 갈 때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주었어요. 먹소리가 바스락거렸어요.

화원 동료 “먹이 잘 갈렸어요. 얘가 도와주었네요.”

21

종이를 눌러요

제가 서안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요. 김홍도가 붓을 들자 종이 끝을 살짝 눌러 고정해 주었어요. 그분의 붓이 사람 모양을 쓱쓱 그렸어요.

김홍도 “얘야, 저기 사람의 걸음선을 잘 보세요. 너도 눈으로 따라 그려보세요.”

22

정원으로 달려가요

제가 팔레트와 붓통을 가슴에 꼭 안고 정원으로 달려갔어요. 김홍도가 나무 그늘 아래 서서 정원사들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정원사 “이쪽으로 와서 가지를 잡아 주세요. 김홍도가 자세히 보고 있어요.”

23

색을 섞어요

제가 팔레트를 두 손으로 받쳐 들었어요. 김홍도가 붓으로 색을 조금씩 떠서 섞었어요. 석양빛이 그분의 손등에 따스하게 내렸어요.

김홍도 “얘야, 색을 조금 더 섞어 보세요. 오늘은 빛이 좋아서 색이 살아나겠어요.”

24

그림을 말아요

제가 그림 한쪽 끝을 조심히 잡았어요. 김홍도가 반대쪽을 말아 주시고, 둘이 함께 보관 장소로 걸어갔어요. 하루가 무겁고도 따뜻했어요.

수석 화원 “수고했어요. 오늘 그림에서 사람 냄새가 잘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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